피의자와의 사랑으로 붕괴된(무너지고 깨어진) 형사와, 형사의 미제 사건이 되어 그의 벽장 한 켠에 평생 동안 남고 싶었던, 안개와 같이 사라져 간 서래.
서래는 형사와 진정으로 헤어질결심으로 또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지만,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형사가 정말로, 실제적으로 붕괴될 위험에 처하자, 그 다른 남자를 죽이기 위하여, 그 다른 남자를 죽이기 위한 동기를 또 다른 이에 부여해주기 위한 살해를 감행한다.
형사는 이번에는 서래를 봐주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형사는 서래가 자신의 남편을 죽인 것이라 생각한다.)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마음으로 작심하고 수사한 끝에(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성적으로는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으나, 이전에 서래가 범한 살인 증거를 서래가 가지고 있자 형사는 왜 그를 아직 버리지 않았느냐며 당황해한다.) 헤어질결심으로 만난 다른 남자의 휴대폰을 서래가 바다에 던진 것을 발견하고 그를 서래에 추궁하나, 그것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했던 행위였음을 알고 괴로워한다.
형사로써의 자부심을 붕괴시킨 원인, 그렇게 해서라도 서래를 지키고자 했던 것, 서래의 입장에서는 삶의 유일한 버팀목이 되었던 일이, 형사의 말이, 두 사람을 위기와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아름다운 것이었는지 슬픈 것이었는지를 분간하기 어렵다.
서래를 보호하고자 살인 증거가 되는 휴대폰을 바다에 버리라는 형사의 말을, 서래가 사랑한다는 말로 느끼는 것, 그 구간을 반복해서 듣는 부분이 안쓰러웠다. 사랑을 누군가를 지켜주고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과 동일한 것으로 충분히 해석할 수 있지만, 어쩌면 서래는 형사를 만나기 이전에는, 진정한 사랑도 어떠한 보호도 받아보지 못했던 것 같다. 서래가 아버지 뻘의 전남편과 결혼을 한 이유가, 처참한 몰골로 있는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다는 것이 더 그렇게 느끼게 한다.
마지막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 서래가 그를 지키고자 바닷가 모래 속을 파서 그 안으로, 그 굴로 들어간다. 형사로써의 자부심이 처참히 붕괴되었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던 서래가, 땅에 있는 모래를 파고, 그 파진 모래가 옆에 쌓여있는, 모래성이 쌓인 듯한 장면은, 자신을 갉아내어 붕괴된 형사를 다시 쌓아 올려주고자 하는 서래의 마음이 표현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밀물이 되고 그 굴 안에는 물이 차고, 서래는 그 속에 갇히며. 서래가 옆에 쌓아두었던 모래성도 스러져간다.
그 모래성이 자신이 지키고 싶었던 형사, 또는 형사와의 헤어질 결심이 아니었나라는 생각도 해본다. 서래를 잃은 형사가 깨뜨려지지 않고, 무너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어찌할 수 없이 크게 밀려왔던 밀물은 그들의 사랑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랑도 정해진 운명과 같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형사와 서래처럼 어떻게 해서든 얽히고설키며, 형사처럼 자신을 붕괴시킬 것을 알면서도 붙들리는, 그러면서도 형사를 안정시켜 불면증으로 고생하던 그를 잠에 들게도 하는, 서래처럼 형사와 진정으로 헤어지고자 했지만 끝내 다시 얽히고야 마는,
서래가 죽음을 선택한 원인이 형사를 진정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데, 서래가 형사의 사랑이 끝났을 때 자신의 사랑은 시작되었다고 말한 부분에서, 형사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그러한 선택을 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나는 분명 두 사람의 사랑은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마주한 순간부터 끝까지 존재했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서래가 형사의 온전한 삶을 지키고자, 형사와 완전히 단절되기 위하여 죽음을 선택한 것이라 생각한다. 서래의 헤어질결심만으로는 끊을 수 없는 인연이기에. ㅡ
+차이나타운이 생각이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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