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썬 다운(sun down) 후기,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실종된 자아
전해 듣지 못했다면 전혀 생각지도 못했을 부분이다. 병이 들어 죽을 위기에 처한 닐이, 어머니와 여동생의 장례식에 불참한 이유가, 본인의 죽음까지 맞을 수 있는*맞게 될 남은 이들에 대한 배려였으며, 아무 미련 없이 상속을 넘긴 것 역시 병들이 곧 죽을 이유가 아닌 자기희생적 이유였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초반부에는 어머니의 불화라고 생각했고, 그 이후로는 사랑하는 여자와 떨어지고 시지 않아서, 마지막에는 죽음을 앞둔 닐이 그 두려움에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
또한 이러한 배려는, 서구라는 지정학적 위치 더불어 상류층이라는 사회 계급에 한해서만 적용되는데, 닐이 발을 딛고 있는 그 자리, 멕시코에서 서 있는 닐 역시 닐이기 때문에 그를 도피하고 싶어서 만든 제한적인 자기희생적 가치는 닐의 자아를 사라지게 만든 것이다. 거기 있지만 거기에 있지 않는, 거기에 있지 않아야 할 사람. 닐에게 있어 해변에서 피살되어 죽은 자들은 어머니나 여동생의 죽음과 달랐고, 그렇기에 닐은 그들의 주검을 바라볼 수 있었는데, 그들이 피가 바닷물에 섞애 흐르는 부분은, 닐의 자아가 아니었는가도 생각해 본다.
마지막 장면의 텅 빈 의자가 인상에 남는다.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물고기
이것 역시, 듣지 못했다면 닐의 생명력에 대한 부분 정도로만 생각했을 것이다. 잡힌 물고기, 그리고 요리되어 살점이 뜯긴 채 보이던 물고기들은 닐이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에 이르렀다고만 생각했지만, 또는 닐이 도축 업을 하던 관계로 어류지만 그러한 부분이 표현된 것은 아니 인가도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닐이 보고 있는 물고기는 닐이자, 어쩌면 닐을 바라보는 (내가 속하기나 하나 아무튼) 우리일지도 모른다는 것.
닐이 첫 화면에서 바라보던 물고기는, 닐과 같이 해외의 상류층 사람들을 접대하기 위하여, 잡힌 물고기로, 닐이 그러한 물고기를 무심히 바라보는 것과 같이 자신과는 별개인 것으로 바라보는 것과 같이 우리도 닐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돼지
돼지들/피 흘려 죽은 돼지들이 닐의 눈에 보이는 것이 도축을 할 때의 상처를 보는 것이기도 하였지만( 내 망상인데 어머니의 장례식장에 가려하지 않은 이유를, 어머니와의 불화라고 생각했고 그 이유가 도축업을 강요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으며, 사업 운영을 대부분 여동생이 했기에 어머니와 여동생을 유사하다고 보고 그와 같은 이유였을 것이라 생각했다.) 영화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선택과 행동을 하는 닐의 감정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주체를 대상화하는데 이는 카뮈의 이방인과 비슷하다고. (비슷한 맥략으로 멕시코의 사회문제[빈곤/범죄 카르텔/아동 성매매]를 닐이 지나는 거리를 통해, 닐의 일상 중 발생하는 우연한 일로 깊이 들어가지 않고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빛
이방인을 분명히 읽었는데 안 읽었습니다. 기억이 잘 안 났다. 주인공이 살인을 하게 한 계기였던 칼날의 빛이 여기서 여러 번 표현된 빛과 같은 것인지가 잘 이해가 안 되었다 주인공을 추동하는 빛인 건가. 교도소에 수감되어서 주인공이 바라본 빛과 같은 것이라면 자기반성적 또는 회고를 나타내는 상징인가. 삶의 끝자락에서 자신의 가치에는 맞지 않는 일을 하며 입은 상처(도축 / 스테이크 주문하는 장면에서 주문받는 직원을 바라보는 눈빛이 인상적이었다.)에 대한 반성 및 그 간의 삶을 정리하면서 맞이하는 긴 회고와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닐의 피부가 벗겨졌는데, 병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닐이 자신의 삶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더 상처 내는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 사람은 역시 배워야 한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부분은 굉장히 단순하고 협소했다. 수준 안 맞아서 듣다가 쫓겨날 뻔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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