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본즈 앤 올 후기 , 비주류로 성장하고 살아내기
성장해나가는
매런은 자기의 욕망을 대상으로 삼는 이들을 상대로 식인을 하다가, 설리*리의 도움을 받아 식인을 하다가, 마지막에는 자신이 완전한 주체가 되어 리를 식인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매런은 자신만의 식인 방법/규칙을 찾게 된다.(설리는 식인을 하지 않고 죽어 가는 자를-물론 사랑의 욕망 때문에 마지막에는 살인을 시도하기도 한다. 리의 식인 대상은 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자였다.)
그리고 여러 장소를 떠돌며 식인을 하며, 식인을 한 대상에 차와 주거를 이용하며, 그들의 삶을 이해하며, 세상을 메워 나간다.
마지막 장소 매런
매런을 사랑했던 리와 설리를 결과적으로는 매런이 식인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매런을 공격하면서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이들의 최종 목적지, 그들이 함께 머무는 장소는 매런이 되었다. (이동한 장소마다 지명이 제시되어 있는 것과 달리 어떠한 곳이라 밝혀지지 않는 위치는 밝혀지지 않기도 했다.)
그리고 그 공간의 주인인 매런은 비로소 마침내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서구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 개인이 세상으로 발을 뻗는 것이 아닌, 개인 내부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확립하는 과정이라는 것도 매우 의미 있게 느껴졌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매런은 설리와 만나면서 하먼 부인을 식인하게 되는데, 매런과 리가 리의 고향인 켄터키의 이모 집에 머물게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허먼과 같은 리의 이모가 죽었기 때문이다.
또 리가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따라, 아버지를 살해하고 식인한 것과 결과적으로 매런이 줄곧 아버지와 같은 느낌을 받았던 설리를 (설리는 그러한 마음이 아니었지만) 살인하고 식인한 것도 이들이 보다 서로 깊게 연관되어 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터
매런은 자신이 괴물 같다고 생각하는 마음에, 그리고 그러한 탓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없음에 많은 고통을 받는다.
또한 매런은 의도치는 않았지만 리와 함께하는 과정에서, 아내와 자녀가 있는 가장을 살해한 것을 알게 되고 더 큰 충격을 겪는다. 이러한 일과 자신과 같은 이터인 어머니가 정신병원에 스스로 들어가고, 스스로의 팔을 절단하고, 자신을 사랑하지만 죽이려 하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은 온전한 가정을 꿈꿀 수 없음을 알고 리와의 관계를 끝내려 한다.
이러한 매런은 결과적으로 리를 식인함으로써 자신만의 사랑을 완성하는 법, 삶을 방식을 발견했을 것으로 보인다.
동성애, 비주류, 사랑
스스로는 가장 크게 느껴졌던 부분이다. 매런의 이터가 아닌 아버지가 매런을 떠나면서 남긴 테이프에 마지막에는 매런이 신의 도움으로 매런이 평범한 소녀가 되기를 바랐다.
설리가 매런을 사랑하며 집착하는 것도 동성애의 비주류성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성애자들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기 힘든 상황에 따라 마음이 가는 동성애자를 놓치기 싫은 마음과 같지는 않았을까라는 추측이다. 리도 매런을 갈망하는데 매런이 리를 떠났을 때도 리가 매우 안타까워하며 혹시나 찾아올 것인지 모를 매런을 기다리기 위하여 매런과 함께 같었던 공간에 거주하기도 했다.
매런이 리나 설리에 비하여 그들을 갈망하지 않았던 것은, 매런이 스스로 이터로서의 삶을 그들보다 상대적으로 덜 살아왔기 때문이며, 그들과 같은 이들을 발견하기 어려운 가를 더 알지 못해서였는지도 모른다.
또한 제이크도 그러했고, 이터들은 자신과 같은 냄새가 나는, 즉 이터들을 보면 꼭 찾아와 인사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반가워서.
그리고 매런은 꼭 어쩔 수 없음에도 호기심으로 시작한 준 이터(?)에 극심한 분노를 느끼기도 하는데, 흥미 삼아 동성애를 하는 동성애자를 보는 어쩔 수 없이 동성애 끌리는 동성애자의 마음이 표현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이밖에도 영화 초반에 킴이라는 소녀가 매런을 성적 욕망으로 여기는 부분, 놀이공원에서 만나는 남자 역시 리를 성적 욕망으로 여기는 부분이 표현된 부분에서 더 그렇게도 느껴졌다. 그들이 같은 성별을 성적 욕망으로 여기는 것에 따른 대가는 죽음이었던 것이다. 리의 식인 대상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존재였다는 것도 연관 있게 느껴졌다.
영화에서의 사회적 배경이 보수적인 미국 80년대로 설정된 것, 위치적 배경이 이동한 지역들이 다 주류가 아닌 지역이라는 것도 이와 유관하다. 그리고 이러한 지역들을 광도 높게 연출했다는 것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여러 장소들의 자연풍경이 너무 예쁘다.
식인
서로를 해할 수도 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한 것, 사랑/성행위 기타 다른 어떠한 것으로든 치환할 수 있을 것이다.
+
만일 gv가 아니었다면 약간 꿉꿉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동성애와 연관성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식인하는 장면 부분들 때문에(사실 잘 보지 못한 부분도 많다...)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좋은 영화를 보고 났을 때의 상쾌감은 들지 않았는데, 그러한 부분이 gv로 채워진 듯하다.
위의 내용의 거의 상당 부분, 대부분이 gv로 인하여 알게 된 부분들이라고 무방하다. 내가 영화를 보고 생각했던 부분은 앞서 말한 것처럼, 소외된 비주류의 사람들, 동성애자로써 외롭게 그리고 고통스럽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부분들, 그러한 것들을 집 공간 곳곳에 피가 흥건하여 경찰에 신고도 할 수 없는, 수습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진 것처럼 아직 어린 매런이나 리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단 그와 같은 이들이 서로가 서로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시간만이 존재할 뿐이라는 것 정도였다.
+
그리고 아주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느낌과 생각인데, 서로를 식인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매런과 리 사이에서는 긴장감이나 불안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러한 느낌이 서로 간에 믿음과 사랑인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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