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라워 킬링 문 후기, 가스라이팅 무서워요
영화 플라워 킬링 문은 석유로 인해 부유해진 오세이지족 인디언들을 백인들이 무참히 살해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이다. 범죄 드라마로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올까 봐 살짝 긴장했는데 생각보다는 의외로 그런 장면들이 많지 않아서 보기 힘들지 않았다. 영화 플라워 킬링 문에서는 백인인 어니스트와 홍인이자 오세이지족인 몰리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는 과정, 이후 몰리 가족 및 오세이지족을 살해하는 과정과 오세이지족이 이에 대응하는 과정, 이후 어니스트가 기소된 이후의 과정들이 다뤄졌다.
그런데 나는 이 영화에서 인종 차별이나 살인과 관련한 부분보다도 어니스트가 삼촌인 윌리엄 헤일에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부분이 더 크게 다가왔다.
윌리엄 헤일이 화재 보험금을 얻기 위해 고의로 들판에 불을 지르는 부분도 그와 연관성 있게 느껴졌다.
영화 초반부에, 오세이지족에게 해는 할아버지를, 불은 아버지를, 달은 어머니의 의미로 표상된다고 서술되었기 때문이다. 들판과 꽃들에 대한 의미도 설명되었는데 해당 부분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ㅠㅠ 꽃들을 아이들/형제자매들로도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그렇다면 위의 장면을 어니스트의 아버지 대리라고 볼 수 있는 윌리엄 헤일이 아들과 같은 어니스트를 죽이는 것으로도 그 의미를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몰리의 어머니가 자신을 돌봐주는 몰리 앞에서, 자신의 병이 심화된 이유를 백인 남자와 결혼한 몰리 등에 돌리며, 다른 자매인 애나만을 찾는 장면 역시 부모의 그릇된 행동의 예시를 보여준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 애나의 앞뒤 생각지 않고 내지르는 거친 성격 및 문란한 남성편력도, 어쩌면 몰리모의 영향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출산을 통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준 부모가, 그 자녀를 폭행하고 고통을 주며 상처를 입히는 것,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 까지 할 수 있는 것과, 인간의 아버지인 하느님이 오세이지족의 땅에 석유라는 축복을 오세이지 족에 내려주며, 동시에 그들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환경을 내어준 것이 무언가 일맥상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니스트는 너무 멍청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삼촌인 윌리엄 헤일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며 그의 말대로 움직이는데, 영화 플라워 킬링 문에서는 어니스트의 이러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가스라이팅의 폐해를 극단적으로 표현하고자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든다. 어니스트는 아마 윌리엄 헤일에 의도를 알면서도 그에 심리적으로 지배되어 어쩔 수 없이 윌리엄 헤일의 뜻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성인이라고 할지라도 가스라이팅을 당하면 그에 따라 매우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데 하물며 그 행위의 대상이 아동 청소년인 경우에는...
원제를 생각해 볼 때 이러한 해석이나 의미 부여는 정말 더 생뚱맞은 것으로도 보이지만, 어쩌겠어요 이렇게 보이는데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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