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빌런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후기, 결말
호숫가에서 질식된 상태로 발견된 건우, 그 직전 건우는 자신의 어머니에 미안함을 전하며, 도윤제/박규범/정이든/강한결이 자신에 학교폭력을 저질렀다는 편지를 임시 담임 기간제 교사인 정욱에게 전달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네 사람은, 실제로 건우에게 학교폭력을 잔인하게 행사했다. 그러나 그 시발점은 반전이었다. 원래 도윤제/박규범/정이든에게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던 것은 강한결이었다. 건우는 자신의 친한 친구인 강한결을 돕고자, 그 당시 담임에게(사건 발생 시에는 임신으로 인한 육아휴직) 고발하였으나, 그 담임은 제대로 해결해주지 않았고(그냥 잘 지내라고 넘어가버린 듯하다.) 그 타깃이 건우로 변경되었으며, 도윤제는 강한결에 자신이 당하고 싶지 않으면 건우를 폭행하라고 지시를 한 것이다. 그렇게 강한결은 한 때 자신의 친한 친구이자 자신을 도우려고 했던 건우를 무자비하게 폭행하며 가해자 일당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후에는 사진 영상만 찍는 등 범행을 방조한다.
학생들에 관심 없던 원래 담임은 건우가 리더십 있고 인기 많은 아이라고 했는데, 그것이 단서였다. 또한 침대에서 세 명이 함께 누워있고, 강한결은 홀로 베란다에서 허망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장면도 그러했고, 보호자들 간의 모략으로 강한결이 모든 책임을 둘러쓰게 만든 것에 대해, 강호창이 왜 하필 한결이 나며 도윤제 아버지에 묻는 질문에. 도윤제 아버지가 윤제에 물어봤더니 '강한결이 그냥 싫다더라'라고 했던 장면도 단서였다. 강한결을 왕따 시킨 이유도 그랬을 것이다. 그냥 싫어서.
강한결은 자신이 학교폭력을 당하면서, 또한 극악한 학교폭력을 지켜보면서, 잔혹한 폭력이 자연스럽게 물들었을 것이었다.
그리고 정말 반전은, 건우가 호수에 빠지려던 그날, 강한결은 헬기 캠을 통해 건우를 추적했고, 건우가 물에 빠지려자 달려 나와 건우를 말리며, 왜 너(건우)가 죽냐며, 그것도 못 버티냐며(자신은 버텼기에) 하다가 다툼이 일고, 건우가 네가(강한결)이 제일 나쁘다고 하자, 다시 건우는 네가(건우) 담임에 고자질해서 생긴 일 아니 나며 화를 내다가, 결국 건우 목을 조르고 살해해버리고 만 것이었다.
건우를 살리려고 갔으나, 결국 죽여버린 것이다. 어차피 죽을 아이였다고 하더라도, 청소년의 충동성을 감안하고서라도, 폭력에 찌들 데로 찌들어버린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다 악마가 되어버린 듯했다.
특히 영화 내내, 건우에 학교폭력을 행사했거나 방관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윤제가 시킨 것이니 자신은 아무 잘못 없는 것이라고 믿고 있던 것, 무죄로 풀려나 학교로 되돌아가며 본인의 아버지를 향해 티 없이 웃는 장면에서, 최후의 빌런은 강한결이 되어버리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후기, 결말
모든 인물이 입체적이다.
캐릭터 입체성이 돋보이는 것은 단연 강한결의 아버지이다. 가해자의 아버지로서 어떻게 해서든 사건을 무마하려고 하다가, 모든 잘못을 자신의 아들이 뒤집어쓰게 된 상황을 맞이하면서, 자신의 아들이 피해자였던 사실을 알게 되면서, 피해자 입장에서 정의, 옳고 바름을 추구한다. 그러면서도, 법정에서 기간제 교사를 심문하며 자신도 본 그 편지에 대한 존재를 부정한다. 실리 관계에서 얼마든 변화할 수 있는 사람의 마음을, 특히나 자녀의 앞날이 걸린 문제라면 눈이 돌아가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하면서도, 이러한 생각들 때문에 수많은 학교폭력사건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복잡했다.
또한 박규범의 할아버지는 전 경찰청장으로, 초반에는 정의와 원리원칙을 고수하고, 다른 가해자들 보호자와는 달라 보이는 듯했지만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결국 그도 정의를 버리고 만다.
그리고 표면적으로는 악역으로 밖에 볼 수 없는 도윤제 아버지도, 자신의 아들로 인해 아들을 잃어버린 건우의 어머니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도윤제가 건우 손목에 칼까지 그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사건이 이슈 되어 건우의 장례식장에 도윤제를 데려다주며 처음으로 도윤제의 뺨을 때리는 장면에서, 도윤제에 뺨을 내리친 이후 '지금은 울 때'라고 덧붙이기 긴 했지만, 그러한 범행을 저지른 아들에 대한 분노도 함께 보였다. 또한 정말로, 건우가 죽으려 하자, 달려들어가 심폐 소생술을 하는 장면에서, 또한 정말 살리려고 했다는 부분에서, 아무리 무뢰한이라고 할지라도, 상황에 따라 비인간적인 선택을 해야 할지라도 인간 본연에 남아있을 수 있는 감정들이 함께 보였다.
이러한 것들을 대사 자체로는, 세밀한 묘사가 없이는 알 수 없는 세부적인 부분들을 텍스트 없는 연기로 십분 표현되었다. 또한 인물들의 모습(안색/헤어/소품-선글라스 등)들도 상황과 심정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현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후기, 결말
도윤제가 어떠한 뉘앙스를 풍기면, 그의 심복인 박규범과 정이든은 알아서 건우를 폭행했다. 그들의 서열은 잔인할 정도로 확고했다. 도윤제는 범행을 주도하면서, 대부분 자신의 손에 힘들이지 않고, 건우를 괴롭히며 즐겼다.
그리고 한결이 온몸이 멍이 들고 후시딘을 사러 슈퍼에 들렸을 때, 슈퍼 할머니는 신고나 학교에 알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아이가 매번 그렇게 다쳐서 온다면, 뭐라도 해줄 수 있었지 않나 싶었지않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할머니 세대들은 아이들끼리 치고박는 것, 교사들에 체벌을 받는 것이 익숙해서 그런 것 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후에 이러한 사실을 강한결 아버지에게 알려주고 그 후에, 그 대가로 상품권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이 사실은 그렇게 막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것이 대부분의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초반부에 가해자 보호자들이 첫 만남을 갖게 된 장면에서, 외면만 보고 가해자들 부모끼리 서로를 교사로 오해한다거나, 어린 기간제 교사를 무시하는 장면, 건우가 사회적 배려 계층 전형이라는 사실로 자살로 몰아가려는 모습 등도 현실적이었다.
결말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후기, 결말
강한결의 아버지는 무시받던 접견 전문 변호사에서, 어려웠던 아들의 재판에서 무죄를 이끌어내는 능력 있는 변호사로 성장한다. 아들을 학교로 바래다주는 장면에서 매우 위압적인 구도로 잡힌 모습만큼 그의 사회적 입지는 커졌다. (강한결에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고 풀려난 도윤제 박규범 정이든은 다시 구속된다.)
하지만, 헬기 캠에서 자신의 아들의 범행을 본 후, 다시 한번 좌절에 빠진다. 그리고 다시 아들을 위해 진실을 바다에 버린다. 인물이 성장하긴 했으나......(*영화 결백과 오버랩되기도 했다. 주인공 모두 변호사인 점, 가족을 위해 변호하며 무죄를 도출했으나 사실은 유죄였던 점. 인간은 이처럼 복잡하고 불안하고 불완전한 존재인 듯하다. )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후기, 결말
제목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무엇을 상징하는 제목인지가 쉽게 추측되지 않았는데, 강한결이 주로 다른 가해자들이 건우에 학교폭력을 하는 장면을 촬영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학교폭력 범행으로 피해자가(건우) 수치스러운 영상까지 찍힌 것처럼, 학교폭력 가해자들과 보호자들의 민낯을 촬영해, 세상에 드러내고 싶은 의미가 담기지 않았나라는 억측을 해본다.
한 가지 의문
건우는 부검을 안 했던 걸까? 상해 증거는 사진으로 다 있었는데 목이 졸렸던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을까? 물에 빠지면 막 그러나? 내가 놓친 부분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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