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투라 신인상 공모전 결과 후기 낙선작 2
아름다운 구속
* 토사물 같은 주황빛 하늘 아래, 산 절벽 끝에 아름이 서 있다. 두려워하며 한쪽 발을 허공에 살짝 내민다. 그렇게 내 앞에서 죽으려 하고 있다.
아름은 과거에 내가 살려 내었던 여자이다.
1. 행복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행복하고 싶다.
쿨투라 신인상 공모전 결과 후기 낙선작 2
햇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서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 빛을 좇고 있다.
돌기 모양의 가시가 박힌 족쇄 때문에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통증이 인다. 굳은살이 박였지만 다시 껍질이 뜯겨 진물이 났는지 쓰리다. 그러나 고개 숙인 채 참고 걷는다. 누군가 웃으며 나를 아는 체한다. 내 소매를 붙들고 선다. 의아한 눈빛 위아래로 훑는다. 시선이 발목에서 멈춘다. 어느새 다른 누군가가 다가와 나를 노려보고 있다. 나는 온 힘을 다해 뒤돌아 도망친다. 사이렌 소리가 울린다. 휴대폰 진동 소리에 잠이 깼다. 매일 꾸는 악몽이다.
전길이 이달에 50정도 더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왼쪽 어깨 뒤편이 짓눌린 듯했다.
11월분 | |
이름 | 금액 |
이지원 | 50 |
민상원 | 50 |
이전길 | 100 |
김서진 | 250 |
합계 | 450 |
지출이, 빚이 더 늘었다. 목이 타 찬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빈속이 찌릿했다. 이내 아려왔다.
원치 않는 신문 기사도 났다.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이전에 로열 기업 외손녀를 구해 준 것으로 표창을 받았던 일 때문이었다. 어릴 적 친구가 나를 알아보고는 댓글까지 달았다.
[금곡중 정다운? 그렇게 형사 된다고 난리더니~ 인물은 여전하네! 연락 좀 해라!]
거기에 구설수까지 생겼다. 내가 구출했었던 그 외손녀, 아름이 나를 간택했기 때문이었다. 로열차 사위로 불리며 유명세를 더했다. 최악이었다.
뜨거운 한숨이 절로 나왔다. 홍수 대비로 장비를 점검할 때도, 동물원에서 탈출한 치타를 다시 잡을 때도, 화재 현장에 출동할 때도, 심지어 물류센터에서 짐을 나를 때도 아름은 내게 메시지를 보내왔었다. 아름은 사채업자처럼 내게 사랑을 내놓을 것을 독촉했다.
[꼴에 장애인은 싫다 이거야? / 다시 지옥에 처넣는 게 진짜 폭력 아냐? 그리고 치타 잡다가 본인도 다치면 어쩔 뻔했어? / 불구덩이 그만 들어가고 내 마음에 불을 지르라니까?]
처음부터 버릇없지는 않았었다.
[이아름, 24살. 로열 기업 3세. 장애인이긴 한데 그래도 황송하죠? 땡잡았죠? 돈 많고 예쁜 여자 평생 못 만나봤죠? 내가 만나줄게요. 나랑 연애해요! 우리 여행가요! 집안 차이 상관없어요! 우리 엄마 내가 이겨요! 나 만나면 험한 일 그만두고 여행 다닐 수 있어요!]
사진도 보냈었다. 말갛게 빛났다. 오렌지색과 노란색이 섞인 망고튤립을 수채화로 그려 놓은 듯했다. 큰 쌍꺼풀에 깊고 투명한 갈색 눈동자, 하얀 얼굴에 붉고 작은 입술, 주황빛이 도는 갈색 웨이브 머리가 잘 어울렸다. 처음 봤을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사진에는 땅 아래로 길게 드려진 그림자가 보이지 않아서인지도 몰랐다.
불가사의였다. 난생처음 보는 빛이었다. 반짝이는 아름을 알고는 세상이 강물과 같다고. 빛에 반사된 사람들이 형형하게 일렁이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로맨틱해졌다.
그러나 결코 함께 할 수 없는 것에 다가가려다가는, 환상의 틀을 깨부숴 현실로 만들려다가는 다치기만 할 뿐일 것이었다. 실은 나에게는 여자, 사랑, 결혼 자체가 이룰 수 없는 꿈이다.
아름에 또 전화가 왔다. 같이 여행 한 번만 가보자고, 그 이후로도 내 마음이 안 바뀌면 깔끔하게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나는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며, 계속 이러면 스토킹으로 고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아름은 더 당돌하게 나왔다. 어리고 예쁜 장애인 하나 컨트롤 못 해서 신고하는 소방관은 과연 높은 근무평점을 받을 자격이 있겠느냐고 물으며 나를 도발했다.
다음 날 서장에 불려갔다. 거기에 30대 중 후반쯤으로 보이는 여성이 함께 앉아 있었다. 서장은 볼이 톡 튀어나온 구릿빛 하마 같았는데, 여자는 사막에서 자란 기다랗고 우아한 선인장 같았다. 큰 키에 마른 얼굴, 쇼트커트를 했는데 눈빛마저 상당히 날카로웠다. 그 안에서 나는 풀 인척하는 초록색 도마뱀, 아니 움직이는 풀 정도 된 것 같았다.
서장은 이내 그 여자를 로열 자동차 대표, 즉 아름의 모친이라 소개했다. 순간 머리가 띵했다. 아름의 모친이 예상 밖에 굵은 마디의 손가락으로 문서를 나에게 들이밀었다. 아름의 여행을 보좌하는 용역 계약서였다. 둘이 여행을 가라는 것이었다. 믿기지 않아 아름의 모친을 다시 바라보았다. 30살 남자에 24살인 자기 딸과 여행을 가라는 제안을 하는 어머니가 지금 눈앞의 여자 말고 또 어디에 있을까. 지금도 말들이 많은데 같이 여행까지 갔다 오면 어떻게 되겠냐고 하며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
우리만 떳떳하면 되죠. 계약서 내용만 잘 지켜주면 난 관여치 않을 거예요, 아름의 모친이 차갑게 미소 지으며 교양 있게 말했다. 다시 계약서를 살폈다.
[제 2조] 금액 : 총 계약 금액 2,000만원 / 인센티브 별도 [제 3조] 기간 : 25년 8월 10일 ~ 15일 [제 4조] 조건 : 1. 을은 업무 계약(여행) 기간 동안 이아름의 건강이나 신체가 훼손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 2. 을은 이아름과의 적당한 거리감 유지하고, 신체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 3. 위의 계약 조건은 이아름에 철저히 비밀로 해야 한다. [제 5조] 을의 책임 : 엄격히는 다루지 않을 것이나, 을이 의도적으로 위의 조건을 위배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 갑은 을에 손해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
난 불나방이 아니었다. 결국 유혹하는 돈이 노잣돈이었으며, 여행길이 저승길이었음을 깨닫고 후회할 것이 분명했다. 선택권은 나에게 있었고, 목마른 상대가 우물을 판 것이지만 이것은 살얼음판이었다. 어떻게 해야지만 이 말도 안 되는 제안을 갑의 심기 건드리지 않고 거절할 수 있을 것인가를 떠올리려 애썼다. 그러다 감당 못 하겠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런 마음이면 충분한데 왜!! 원체 제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하는 얜데 내가 어떻게 그럼!! 죽자고 고속도로에 뛰어든 놈 살리려다 팔이 잘려 장애인이 됐는데 불쌍하지도 않아? 아름의 모친이 갑자기 흥분하며 말했다.
서장도 다급히 거들었다. 휴가 준다니까 왜! 그래 이제 홍보 모델 안 해도 돼! 기사 신문 방송에도 절대 나가는 일 없도록 할 거고! 근무평점도 내가!
이어 아름의 모친이 나를 달래기 시작했다. 건강한 정신에 육체를 가졌는데 대체 뭐가 문제냐며 되묻듯 나를 추켜세웠다. 내 뒷조사를 한 모양이었다. 내가 없는 시간을 쪼개 장애인 시설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는 것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나체가 된 것 같았지만 침착하게 대응하려 애썼다. 따님의 여행에 남자인 나보다는 여자 동행인이 더 낫지 않겠냐고 물었다.
당신이랑 가야지만 안전할 것 같다는데 어떻게 그럼! 날아다니던 얘가 집에만 푹 박혀 있어서 3년 동안을! 이제야 나갈 수 있겠다는데. 그리 좋아하던 여행 다시 가보고 싶다는데. 내 심정이 어떻겠어. 그래도 내가 엄만데. 선인장 같던 아름의 모친 눈에 눈물이 맺혔다.
순간 아려왔다. 서진도 떠올랐다. 아름과 같은 나이였다. 아름이 집에 갇혀있는 동안, 아니 그보다 더 오랜 긴 동안 서진은 아버지 병시중 때문에, 병원에 갇혀있었다. 그 세월 동안 녹이 슨 병원처럼 서진은 지쳐있었다. 내가 아무리 도와줘도 역부족인 듯했다.
이제야 원래 모습 찾으려는 것 같아서 그래. 잘 해준 만큼 화끈하게 더 드릴게!
나만 잘하면 된다. 그렇게 주문을 외웠다.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서진에 단기로 요양보호사를 구해 줄 테니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오라고 했다.
2. 드러내기 싫다. 그러나 온전히 이해받고 싶다.
쿨투라 신인상 공모전 결과 후기 낙선작 2
아름은 한 번 더 변해있었다. 검은 생머리가 가슴까지 왔다. 의수를 착용했다. 붉은색의 긴 소매의 원피스를 입고 어색하게 서 있었다. 고혹적인 장미 꽃망울 같았다. 햇살에 더 반짝였다.
함께 전용기를 타고 이동했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도 뭔가 얹힌 것 같았다. 아름이 연락을 해온 뒤로 살이 쭉쭉 빠졌다. 필사적으로 창밖만 주시했다. 어지러웠다.
전용기에서 내리자, 바닷냄새가 났다. 잔잔히 들리는 푸른 바닷가의 물결 소리와 새소리가 조화로웠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아름이 10살이 되던 해 어머니가 생일 선물로 줬던 무인도라고 했다. 자신만의 공간, 놀이터라고 했다.
아름이 서핑을 알려주기로 했다. 그런데 날이 흐렸다. 바람이 불었다. 붉은색 래시가드를 입고바다를 망연히 바라보며 서 있는 아름이 보였다. 자기 가시에 찔린 장미 같았다. 아름에 다가가 이 날씨에 서핑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죽고 싶어? 당연히 못 타지. 말하는 아름의 코가 시큰거렸다.
아름의 모친으로부터 의수가 방수 기능을 갖췄다고, 아름이 바다를 사랑했었다고 들었다. 아름에 발이라도 담그자고 제안했다.
아름이 발 담그면 몸 담그고 싶고, 헤엄치고 싶을 것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의수를 착용한 지 얼마 안 돼서 불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본인을 안 다치도록 하는 것이 계약 조건이지 않으냐고 되물으며 웃었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싶어 마음이 덜컥했다.
저녁 식사 전. 배정받은 침실에서 큰 거울을 보았다. 연미복을 처음 입어 보았다. 옷매무시를 단정히 가다듬었다. 목이 조여 오는 것 같았다. 아름에 속이 안 좋다 말했지만 소용없었다.
식당 문을 열었다. 암흑 속 불은 빛에 나를 보는 아름의 얼굴만 비쳤다. 빨려들 것 같았다. 귀신인 건가, 꿈인 건가 싶었다. 아름을 처음 보았던 순간도 스쳐 지나갔다. 아름이 움직였다. 점점 어두워지며 나와 가까워졌다. 숨이 멎었다. 몸이 굳어졌다. 무거워졌다. 나는 항복할 수밖에 없는 허수아비였다. 온 힘을 다해 흔들거리기라도 해야 했다. 아름을 피했다.
아름이 안 잡아먹는다며 전등 스위치를 켰다. 아름은 역시 빨간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테이블 중앙에는 연꽃 형상의 촛대가, 그 옆으로 세 개의 촛대가 나무처럼 위로 쭉 뻗으며 불을 밝히고 있었다. 테이블 옆 한 켠에는 음식과 음료가 일렬로 놓여 있었다. 아무래도 우렁각시가 있는 듯했다. 일단 자리에 앉았다. 아름이 다가와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 위로 앉았다.
대체 어떤 사람이야? 무슨 말이라도 좀 해 봐! 아름이 하얀 손을 뻗어 내 어깨를 쓰다듬었다. 신경이 온통 곤두섰다. 도망쳐야 했다. 아름의 손길 한 번에 온몸이 다 묶일 것만 같았다. 안 드실 거면 일어나겠다고 하며 피하려 했다,
먹어! 먹는다고! 아름이 과일과 샐러드를 집어 먹기 시작했다. 아름을 보고 있으면 나는 무존재가, 아름은 전부가 되었다. 아름이 이 고개를 올려 나를 바라보았다. 급히 시선을 돌렸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나가기 전에 아름의 SNS 아이디를 알아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휴대폰을 보면서도 자꾸 아름에게 눈이 갔다. 아름의 얼굴이 점점 시들더니 포크를 집어 던지며 나를 바라보았다.
좋아죽겠어도 차마 장애인이랑은 못 만나겠어? 싫다며 왜 그렇게 보는데!!!
거짓말하기에도 민망했다.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아야 했다. 난 한적하고 고급스러운 취향에 영 안 맞으니, 우리 관계의 발전은 어려울 것이라고 변명했다.
너한테 다 맞춰주면 나랑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할 수 있단 거지?! 하는 아름의 눈이 붉었다.
이후 아름은 나에게 일정 계획을 전임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팔만 볼 것 같다며 사람이 있되 많지 않은 곳으로 코스를 짤 것을 명령했다. 또 혹시 모르니 환한 곳도 가지 말자고 했다. 그러고 보니 아름은 늘 긴소매를 입고 있었고 때에 따라 흰색 면장갑, 망사 또는 실크로 된 붉은 장갑 등을 끼고 있었다.
우리는 전용기를 타고 사람들이 사는 섬으로 향했다. 아름은 무인도에 아름을 두고 온 듯했다. 나의 팔을 붙들며 긴장했다. 누가 팔을 보고 다니느냐 했지만 듣지 않았다.
실제 사람들은 번쩍이는 눈으로 아름의 얼굴만을 바라보며 지나쳤다. 이어 내 얼굴도 유심히 보기도 했다. 이내 아름도 자연스러워졌다. 꽃이 만개하듯 웃었다. 드디어 다시 아름다워졌다.
빨간색 스포츠카를 탔다, 아름이 옆에 앉아 있었다. 소망해서도 안 될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 옆으로 오토바이가 쌩하고 앞서갔다. 아름의 짜증이 폭발했다.
언제 사달 날지 모르는데 왜 그 험한 일을 왜 하냐고!!!
일은 건들지 말죠? 나름 자부심 가지고 하는 건데
사명이랍시고 아프고 다치고 잘리고 하겠다고?!!
아름과 처음 만나던 순간, 아름이 나에게 보내왔던 사진이 이어 떠올랐다. 그리고 옆에 앉은 아름을 보았다. 나 같은 인생, 목숨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었다.
그럴 것이라고 하자 아름이 회색 벽을 보듯 나를 건조하게 보더니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도 사실 어두운 곳이 취향이긴 했다. 많은 것이 가려지니까. 동굴 안에서는 아름의 팔도, 내가 입고 있는 옷도, 들고 있는 가방도, 드러내기 싫은 얼굴의 형태마저 가려질지도 모른다.
동굴 안에서 아름이 나에게 안기듯 밀착하며 걸었다. 아름의 머리에서 꽃내음이 났다. 아릿해졌다. 앞에서 소란스러운 중국말이 들려왔다. 이내 단체 관광을 온 것인지 여러 사람이 몰려왔다. 사람들이 가까이 오자 아름이 갑자기 구석으로 향했다. 아름이 외마디 신음을 내뱉었다. 달려가 아름을 살폈다. 아름이 사색이 된 얼굴로 벽에 스친 것이며 괜찮다고 했다.
치유해 주고 싶었다. 차로 돌아와 아름에 팔을 보여 달라고 했다. 기껏해야 옷이 살짝 긁혔을 것이었지만 진짜 다친 팔을 확인하려는 것처럼 계약 조건을 들먹이며 팔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아름의 붉은 소매를 조심스럽게 걷었다. 자세히 보니 의수가 실리콘 재질인 것이 티가 났다. 의수에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여주었다.
한적한 카페를 찾았다. 아름은 머그잔에 담긴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다고 했다. 주문하고 돌아오는데, 그사이에 건장한 남자아이가 휴대폰을 들고 쩔쩔매며 아름 앞에 엉거주춤하게 서 있었다. 이내 도망치듯 사라졌다. 아름에 잘해보지 그랬냐며 마음을 떠보았다.
장애인인 걸 알았어도 저랬겠어? 아름이 아무렇지도 않게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남자는 사랑에 빠지면 눈에 뵈는 게 없는 거 잘 알지 않아요? 장애고 뭐고 당신한테 미치게 할 매력도 없어?! 아, 아니, 애초에 비장애인이었을 때도 약간 호불호 갈렸죠? 아름을 도발해 게스트 하우스 파티에 데리고 갔다.
장소는 야외 바비큐장이었다. 적당히 어두웠고, 아름은 또 빛났다. 쇄골 아래 가슴 부근이 망사로 된 붉은 실크 원피스를 입은 아름을 남자들이 감싸듯 바라보았다. 달콤한 듯, 홀린 듯, 애타는 듯, 수줍게 각자의 눈에 아름을 비추었다. 여자는 아름 포함 둘 뿐이었다. 남은 여자는 얼음을 질끈 씹으며 남자들을 떫게 바라보았다. 블랙 미니 원피스를 입었는데 밤과 잘 어울렸다. 그러다 홀로 서 있던 나를 보더니 화색이 돌았다. 나에게 다가왔다.
나름 유명한 인플루언서라고 했다. 어떤 말로 돌려보낼지 떠올려야 했다. 순간 정적이 일었다. 옆을 보니 어느새 아름이 곁에 다가와 있었다. 여자가 눈에 불을 켜고 아름을 위아래로 훑으며 서늘하게 바라보았다. 아름도 살짝 날카롭게 웃었다. 아름이 같이 놀자며 내게 팔짱을 꼈다. 그리고 ‘언니도’ 하며 여자를 힐끗 보더니 나만 남자들 쪽으로 끌고 갔다.
다음 날, 여자와 아름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 시작은 아름이 여자가 야외 테이블에 올려 둔 노트북 가방을 지나가며 떨어트린 모양이었다. 아름은 무게가 어느 정도 있어 보이는 가방을 선뜻 들어올리기가 부담스러워 미소 지으며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으로 가볍게 넘기려 했던 것이 화근이 되었다.
여자는 아름에 진짜 공주님 납셨냐며 당장 제자리에 올려놓으라고 소리쳤다. 아름도 그에 지지 않았다. 사과하지 않았느냐며, 이까짓 게 뭐라고 이러냐며 돈으로 주겠다며 짜증을 냈다.
내가 여자의 노트북 가방을 올려 두었다. 그러자 여자가 나를 째려봤다. 그러더니 주위 남자들의 눈빛을 살폈다. 이내 흥분하며 홍당무가 되었다. 노트북 가방을 다시 떨어뜨렸다.
아름을 보며 네가 주우라고, 지금 다 네 편이다. 이거냐며, 뜯어고친 얼굴로 이렇게 살면 좋냐며 비난했다. 무슨 일을 하길래 돈이 그렇게 많은 거냐고, 새빨간 긴팔 안에는 뭘 숨기고 있냐며 비아냥댔다. 열등감을 꼬아 밧줄로 만들어 채찍질해 댔다. 아름을, 그리고 본인 자신을.
나는 아름의 붉은 소매를 걷어 여자에게 의수를 내보였다. 의수 사용이 아직 미숙해 섣불리 올려 들기가 좀 꺼려졌을 것이라 대신 말했다.
여자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미리 말하던가, 장애인이 왜 정상인 척 돌아다녀서 문제를 만들고 난리냐며 혼잣말하듯 변명했다. 그에 기죽어 있는 아름을 보니 부아가 치밀었다.
본인은 사람 만날 때마다 본인 콤플렉스 줄줄 읊고 다닙니까? 그리고 장애인이 왜 돌아다니면 안 됩니까? 질투로 미친 사람도 잘만 돌아다니는데! 몇 년 만에 화를 내 버렸다.
아름이 곧 타들어 갈 것 같은 얼굴로 내 가슴팍을 세게 쳤다. 그리고 밖으로 나갔다. 아름을 쫓았다. 잿빛이 된 아름이 남은 불씨에 온몸에 덴 것처럼 소스라치며 말했다.
장애인이 되느니 차라리 미친년이 되겠다는데 네가 뭔데!
내 생각보다 더 깊었다. 아름에게 있어 장애는 떼어낼 수 없게 새겨진 상처, 한 순간도 끊을 수 없는 트라우마 인 듯 했다.
그러게요. 장애인보다 살기 힘든 가난뱅이 주제에 돌아갑시다.
아름이 찬물을 맞은 듯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빨간색은 내 안에 흐르는 성적 욕망이야. 이게 차오르면 열등감이 잠식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섹스어필이 안 되는 장애인인 걸 잊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색만 입는 거야. 아름이 무인도에 가는 길에 자신에게 있어 빨간색의 의미에 대해 말해줬다.
민망했다. 그러지 않아도 충분했다.
무인도 호텔에 돌아와서 아름에 몰래 사 두었던 반소매 옷들을 주었다. 아름은 싸구려라고 하면서도 시원하다고 좋아했다.
그리고 아름의 요트에 올랐다. 강물에 작고 하얀 햇빛이 반짝였다. 비키니를 입은 가녀린 아름의 흰 살결을 더 빛나게 했다. 아름이 갑자기 다이빙했다. 그런데 물 위로 떠 오르지 않았다. 당황스러웠다. 바다로 뛰어들려는데 갑자기 아름이 난간 아래에서 튀어나와 내 다리를 잡아끌었다. 물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허우적거리다가 겨우 수면 위로 올라오며 균형을 되찾았다. 헤엄치고 있는 아름이 보였다. 하얗고 가느다란 긴 꽃잎 같았다. 아름다웠다. 아름이 바닷속에 들어 온 것처럼, 세상에서 다시 빛날 준비를 하는 것 같아 좋았다. 아름이 갑자기 내게 다가와 나를 안으며 잠수시켰다. 다시 물 위로 오르자, 이번에는 내 뒤에서 매달리며 바다에 빠지게 했다. 몸살이 났다.
우리가 좋아하는 어둠과 자연 속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정원에 반쪽 달과 작은 조명만이 빛나고 있었다. 야외 테이블에 식사가 세팅되어 있었다.
아름이 어차피 혼술만 몇 년을 했더니 같이 마시는 것도 어색할 것이라 했다. 아름이 술잔을 내 앞의 빈 잔에 부딪쳤다. 나는 딱 한 잔만 마시려 했다. 그런데 술이, 달빛이 너무 달았다.
살짝 취한 아름이 자신도 이해한다고 했다. 장애인이랑 연애를, 결혼하고 싶겠냐며 한숨을 내뱉었다. 많이 취한 나는 그건 아름의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자 아름이 오빠라고 했다. 그러면 오빠는 장애인이랑 연애할 수 있냐며 싱그럽게 웃었다.
장애가 별거냐, 생활하는 데 불편한 게 장애고, 돈 없는 것도 장애다. 그러니 나도 장애인이다. 누구나 아픈 구석이 있다. 늙으면 눈 안 보이고 귀 안 들리고 병 걸리고 하면서 결국 다 장애인이 된다. 그러니 열등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했다. 흔한 약점이라 생각하라 했다. 거리낌 없이 지껄이기 시작했다.
아름이 네잎클로버 같은 이야기보단 낫다고 말했다. 아름이 꽃처럼, 처음에 보내 주었던 사진처럼 그림자 없이 빛나게 웃었다. 지금 함께하는 우리는 어떤 빛을 내뿜고 있을까 궁금했다. 아름과 있으면 비현실적인, 손에 잡히지 않는 공상들을 했다.
아름에 색깔의 이름도 의미도 결국 우리가 정한 것이 아니냐고 했다. 초록색 피망을 싫어하는 사람은 많지만, 피망이나 그를 좋아하는 사람의 취향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다수가 비장애인이라 장애인이 배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애라는 것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한 사람이 가진 하나의 빛일 뿐이라고 했다. 돌아가신 어머니도 청각 장애였다고, 그리고 그 미묘한 빛에 마음이 더 가는 사람도 있다고도 말했다.
갑자기 아름의 울컥했다.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진심으로 장애 괜찮다, 아무것도 아니다 해주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아름의 팔을 양손으로 잡았다.
난 네 팔을 보면, 어떻게 감싸야, 어떻게 해야 네 상처를 덜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분명 딴 놈들도 그럴 거라고, 그럴 정도로 넌 너무 예쁘다고. 고백을 해버렸다.
아름이 내게 키스했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내 삶에도 한 줄기 빛이 생성된 것 같았다. 그 순에는 들키더라도, 벌을 받더라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름의 말이 울려 퍼졌다. 이제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 더 있다 가자. 패러글라이딩도 하고, 번지점프도 하러 가자…….
소방관 너 돈 다 물어낼 수 있어? 아니 유명세 타고 싶지? 당장 안 올라와?! 아름의 모친으로부터 전화를 받고서야 술에서, 꿈에서 깼다.
3. 고통받고 싶지 않다. 그러나 죽고 싶다.
쿨투라 신인상 공모전 결과 후기 낙선작 2
하늘이 온통 안개로 뒤덮였다. 아름의 표정이 흐렸다. 사람들이 재벌 손녀가 서민 인플루언서에 갑질을 했다는 명목으로 아름의 SNS에 악플을 달았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났던 여자가 본인에 유리한 소설을 쓰면서 아름의 SNS 아이디도 흘린 모양이었다. 아름의 모친은 이 사태 역시 모두 나의 불찰이라고 했다. 너도 다 까발려져야 한다며 일단 올라와서 보자고 했다.
벌을 받기에 앞서 나는 아름의 아픈 상처를 더 짓이겨야 했다.
아름에 양심상 더는 못 하겠다고 선언했다.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했다고, 장애 별거 아니다 믿게 해주면 돈을 더 받기로 했다고, 어제, 아니 처음부터 다 진심이 아니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속이 쓰려왔다. 아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수많은 감정의 빛이 얽히는 듯했다.
계속해! 돈 더 줄게! 백배 천배 더 줄게! 나 너 진짜 필요해서 그래. 진심 아니어도 돼.
결국 아름의 마음이 다 타 버린 듯했다. 육신만 겨우 남은 듯 아름답지 않게 구걸했다. 애써 쌀쌀맞게 말했다. 이래봤자 소용없다며 단호히 선을 그었다. 그러자 아름이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아름이 억척스럽게 산에 올라갔다. 아름의 숨이 점점 더 가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름이 빗물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일어나 걷다가 다시 넘어졌다. 아름이 결국 아프기만 하다며 울부짖었다. 아름에 등을 들이밀었다. 아름이 업혔다. 내려가려 하자 아름이 자신의 마지막 여행이 될 것이라며 끝까지 가보자고 했다.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억울할 것 같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등반했다. 어느덧 비가 그쳤다. 뜨겁고 서늘했다.
산 정상에 올랐다. 너른 잔디가 펼쳐졌다. 그를 야생화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원초적으로 아름다운 빛깔을 흩날리며 절벽 끝에서 살아있었다. 아름과 나는 축축하게 젖은 갈색 원목 그네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주황빛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름을 보았다. 더 야윈 선 분홍빛 얼굴로 땀과 눈물을 닦고 있었다. 아름도 내일이면 다시 맑아질 수 있을까.
아름이 짜증 난 얼굴로 진흙 묻은 자기 신발을 바라보았다. 잔디에 발을 털었다. 그러다 내가 다 망친 거라고 화냈다.
불 내가 낸 거야! 거울만 봐도 더 이상 내가 내가 아닌데! 평생 후회만 하면서 어떻게 살아! 불내려고 내가 얼마나 개고생한 줄 알아? 숨 막힘은 또 어떻게 견뎠는데! 거의 다 됐었는데!
아름이 죽일 듯 나를 째려보았다. 나는 얼간이처럼 아름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름이 크게 한 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살짝 희미하게 웃었다.
처음부터 너랑 한 번 놀다 가려고 온 거야. 눈 떠보니 네가 첫눈에 반한 멍청한 얼굴로 나를 보는데, 얼뜬 짓을 하는데, 장애인이 여자로 보이나, 그렇게 궁한가 싶어서
아름이 일어났다. 절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아름이 한 발짝씩 천천히 내디디며 울먹였다.
근데 난 지금도 장애인이라는 게 너무 싫고 쪽팔린데, 장애가 진짜 별거 아니다 괜찮다 계속 말해주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어쩌면 나도 그렇게 될 수 있겠다, 살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아름이 절벽 앞에 이르렀다. 두려워하며 한쪽 발을 허공에 살짝 내밀었다. 다급히 달려가 곧 으스러질 것 같은 아름의 가녀린 몸을 뒤에서 감쌌다. 아름이 울부짖으며 온 힘으로, 아파하며 저항했다. 더 세게 아름을 안고 뒤로 물러섰다. 함께 잔디 위로 널브러졌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아름에 내가 했던 말들이 어떠한 불순물도 섞이지 않은 투명한 진실이었음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함께하지는 못한다고 못 박았다. 아름은 신경질을 부렸다. 끝내 나는 차라리 칼로 베어낼 수 있는 고름 같은 것이었다면 좋았을 나의 더러운 것들을 내보였다.
아버지가 조폭이었다는 것을, 그가 재개발 지역 사람들을 죽였었단 것을, 유가족들에게 합의를 협박하는 자리에 고등학생이었던 나도 들어갔었다는 것을 밝혔다.
아름이 희미한 빨간빛의 눈가에 박힌 커다랗고 동그란 갈색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사랑도 마음껏 못하는 처지가 서글퍼졌다. 아름에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다.
어머니의 애처로운 눈빛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날 내 삶의 희망도 꺼졌었다, 조폭 아들이라 경멸하고 두려워하는 시선에도 나는 정의롭게 살 것이라 애써 당당했건만 그때 다 끝났었던 거다.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죗값을 돈으로, 몸을 갈아 갚아 나가면서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아름이 비쩍 마른 얼굴로 물줄기를 뱉어내듯 눈물을 흘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난 안 된다고 안 될 놈이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 대신 현실적으로 설득했다.
사람을 죽이고 그 가족들 인생까지 망친 살인자의 아들인 내가 따뜻하게 잘산다고 하면, 재벌 3세 연인이라고 하면, 피해자들이, 세상이 날 가만두겠냐고. 너까지 욕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절벽으로 향했다. 그때 이후로 주먹 한 번 안 쓰고 살았다고, 착하게 살았다고, 들키면 이렇게 말하려고 진짜 그렇게 살았다고 혼잣말하듯 읊조리며 걸었다. 오래 준비한 말이었다.
먼저 죽어버리는 것이 모든 부분에서 나았다. 순직하려던 계획이 앞당겨진 것뿐이었다. 수억의 빚도 곧 사라질 것이었다.
죽을 공간도 나쁘지 않았다. 발 아래로 야생화들이 보였다. 다채롭게, 옅거나 더 진하게, 더 크거나 작게 저마다 세상에 하나뿐인 빛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다홍빛의 상사화 옆으로 그보다 연한 주홍빛에 검은 점이 찍힌 듯한 하늘말리라가 보였다, 꼭 진흙 묻은 아름 같았다. 아름다웠다. 아름은 꼭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또 한 번 고백했다.
진짜 팔 없는 모습에도 반했었다고, 어두운 불길 속에서 하얀 별처럼 빛나더라고, 내가 죽더라도 꼭 살리고 싶었다고, 너와 함께한 이 여름이 난 평생 처음인 것 같다고, 그렇게 넌 특별한 사람이고 장애 진짜 별거 아니니까 분명히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눈을 감았다.
나처럼 잘 숨겨봐! 의수도 하고! 옷도 길게 입고! 아름이 뒤에서 소리쳤다.
그러나 가리지 않아도 되는 것과, 애초에 존재하지 않아야 했을 것은 다르다. 양팔을 교차해 양어깨에 올렸다.
나도 그거 괜찮아! 아름이 다시 한 번 외쳤다.
아름에게까지 혐오스러운 내 가족사를 감당하게 할 수는 없었다. 상체를 앞으로 굽혔다.
너도 어쩔 수 없던 마음 때문이잖아! 내가 위험한 줄 알면서도 오토바이 탔던 것처럼 너도 어머니 때문에! 아름이 울음 섞인 목소리로 나를 위로했다.
울컥했다. 다시 돌아간대도 아버지를 위해 뭐라도 하고 싶었던 어머니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을까? 그러나 아름을 어머니처럼 만들 수는 없었다. 아름에 난 네 걸림돌이 될 것이라 말했다. 이제 조금만 용기를 내면, 살짝 힘만 주면 다 끝날 것이었다.
아니?! 자랑이야! 이 정도로 죄책감 느끼는 거! 도의적으로 죗값 치르면서 힘들게 산 거 다! 아름이 처절하게 나를 설득했다.
번뜩였다. 진심으로 나를 그렇게 바라봐주는 아름만 곁에 있어 준다면 사람들의 경멸도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했다. 그러나 이미 허공으로 떨어지는 중이었다.
그런데 아름이 나를 뒤에서 안았다. 꽃줄기 같은 아름의 가는 팔이 겨우 나를 감쌌다. 나도 몸에 힘을 주며 뒤로 물러나려 애썼다. 다시 함께 잔디에 널브러졌다. 하늘에 감사했다.
4. 족쇄를 푸는 과정은 고통이지만, 그로 인해 우리는 따스한 햇볕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쿨투라 신인상 공모전 결과 후기 낙선작 2
아름이 어머니를 이긴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어머니의 말대로 아름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아이였다. 아름은 끝내 어머니로부터 교제 허락을 받아 내었다. 그리고 장애인 인식 개선 협회를 만들어 미스 장애인선발대회도 개최했다.
나는 신문 기사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 내 치부를 세상에 밝혔다. 10여 년이 넘게 유가족들에게 위로금을 지속적으로 보내왔던 일, 서진이네를 도와줬던 일도 알리며 앞으로도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죗값을 더 갚아 나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조폭 잡는 형사가 되겠다는 원래의 꿈을 되찾았다. 더 이상 쫓기는 꿈은 꾸지 않는다.
* 내리쬐는 붉은 태양 아래. 번지점프대 앞에 아름이 줄을 묶고 서 있다. 나는 그 줄처럼 아름과 묶였다. 아름이 맑게 웃는다. 아름이 하늘로 솟아오른다. 나도 날아올랐다.
반동이 서서히 줄어들고 아름이 착지를 준비한다. 나는 다가가 아름을 안는다. 내 품에 안겨있는 아름은 이제 내가 날다가 다치더라도 나를 치유해 줄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쿨투라 신인상 공모전 결과 후기 낙선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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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금 더 제정신이 아님 ㅠ
2.갖가지 이유의 스트레스를 폭음/식으로만 해결하긴 어려웠다고 한다.
쿨투라 신인상 공모전 결과 참여 후기 낙선작 소설 단편소설 (0) | 2025.0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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