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펙트데이 후기, 언제나 찬란한 오늘들
세상을 관조하는 것을 즐기는 듯한, 심미안을 가진 매력적인 중장년 남주인공은 점차 나이 들어간다. 점차 기력이 쇠해지고 사진첩 정리하는 일도 귀찮아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직장 부하가 갑자기 그만두자 주인공은 대체 인력이 올 때까지 힘들어한다. 새사람이 온 이후로도 그 직장 부하와 일을 했던 순간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같은 이유로 매일 일터로 찾아오던 직장 부하의 친구는 친구의 부재에 상심하며 뒤돌아 선다.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흐름이 깨졌을 때 혼란스럽다, 자의가 이니었던 경우에는 더더욱.
남주인공이 마음에 있는 듯한 술집 가게 주인의 전남편이, 특별한 일 없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이혼이었는데, 암이 전이되자 전 부인을 한 번은 만나고 싶어서 술집 가게 주인을 찾았던 것이라며 남주인공의 오해를 풀어주려고 한다. 평범한 결혼과 이혼도 예전의 사람도 어느 순간 그리워지는가 보다.
남주인공은 정신 이상으로 보이는 노년 남성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상상한다. 한 때는 무대 위에서 빛나던 위대한 아티스트였을 것이라고.
물살은 거스를 수 없고, 한낮에 빛을 내던 태양은 점차 그 빛을 잃고 사그라들어 결국 붉게 으스러진다. 항상 평온했던 과거는 그립다. 그 장소, 공간, 시간 그리고 그때의 나.
늙어가는 일이 두렵다. 어떠한 경우에도 지금보다는 더 나을 것이란 희망이 부재해서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작게나마 인생에서 빛날 일이 있다면, 아니 약간의 행복함이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주어진다면 더욱더 애틋이 여기며 마음에 더 꾹꾹 눌러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은 남주인공처럼, 지금이 가장 빛나는 순간임을 알고 최선을 다하는 것뿐인데,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다.
마지막에 남주인공이 꼭 자신과 같은 노을을 보며 눈물짓던 장면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 ost도 너무 좋았다... 언젠간 그리워하게 될 나의 찬란한 오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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