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추락의 해부 후기, 확신이 아닌 결정을
집에서 남편이 추락하여 죽은 사건을, 그리고 해당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두 부부의 추락한 관계와 각각 인물들의 인생과 작품과 인격까지 다 세세히 처참히 해부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이다.
어떤 사람이 하는 말, 어떤 사건의 단면으로 무언가에 대해 판단하는 것에 경계해야 함을, 확신이 아닌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을 영화에서는 말한다.
아내가 외도를 저지른 전적이 있고, 그 전날 남편의 질투심과 화를 동시에 유발할만한 사건이 존재했으며, 두 사람이 심하게 다투었고 그 과정에서 아내가 남편에 폭행까지 행사한 사실이 있었기도 하였지만, 아내가 실제 남편을 살해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또한 남편이 자살을 했다고 하더라도, 아내가 남편의 자살이라는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남편 스스로 어려운 상황을 자처한(아들 홈스쿨링 / 거주지 선택 등) 부분도 있기에 자살을 아내에 의한 타살로 여기기도 어렵다. 또한 남편이 사후에 자살을 아내에 의한 타살로 돌리기 위한 것이었다거나 추후 이혼을 생각하고 자신에 유리한 증거로 남겨놓을 생각으로, 의도적으로 자신에 유리한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가며 녹취록을 이중으로 남겨 놓은 것으로 볼 수 있기에, 남편을 완전한 피해자로만 보기에도 어려운 부분도 있다.
둘 다 작가인 상황에서, 남편은 상대적으로 재능이 부족해 아내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 같은데 시간마저 재능 있는 아내를 위해 써야 하는 상황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고, 아내는 시간이 없는 상황을 남편 스스로 자초했기에 자신은 그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고, 외도에 대해서도 본인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선택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두 사람이 표절 내지는 소재 이용에 대해서도 그 경중에 대해서 달리 생각하는, 도저히 서로 간 적정한 협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던 것이 매우 극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도 느껴졌다.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많은 사건/갈등, 그리고 사람들 간 관계는 이와 같이 복잡하지 않을까한다.
특히 영화 추락의 해부 gv를 통해 깨달을 수 있었던 부분은 첫 장면의 의미, 떨어진 공을 주으려 계단 아래로 추락했던 개가 아들의 부름으로 다시 계단 위로 뛰어 올라가는 장면의 의미였다.
마지막 아들의 법정 진술/증언, 아들이 아버지와 나누었다는 대화 속에서 개와 아버지가 동일시된다는 것은 추측해 볼 수 있었는데, 그 진술이 사실은 아들이 법정 진행 과정을 통해 마주하게 된 / 그동안에는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처참한 현실/상황을 이전에 본인이 인식하고 있던 이상적이고 훌륭한 아버지의 위치로 되돌려 놓기 위해 아들이 지은 이야기 일 수도 있다는 것이며, 첫 장면이 이를 상징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고로 아들도 뛰어난 작가였다는 것. 대단했다. 이걸 인식하지 못할 뻔했다. 억울할 뻔.
그리고 확신을 하지 말고 결정을 해야 한다는 말, 어떻게가 아닌 왜인가를 생각해 보며 결정해야 한다는 말에 대한 더 깊은 의미/느낌이다. 믿기 위해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기 위해서 믿어야 한다는 것.
이밖에도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상기하도록 의도적으로 관객에 불편함을 주는 연출 기법 등을 이용했다는 것 등이 인상적이었다. 아내에 대한 무죄 선고를 내릴 때 방청석이 텅 비었던 것도 관객을 그 곳에 위치시키고자 한 의도였다고도 볼 수 있다고.... 다들 대단하시다 진짜.
변명이지만 하루 지나 기억이 휘발된 부분도 있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고 그래서(?)
글은 난잡하지만 어쨌든 영화 추락의 해부 및 gv는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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