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소모가 크지만 그만큼 가슴에 박히는 영화였다.
시각 장애를 가진 것에 따라 무시와 폭력을 당하는 것이 일상인
그 앞에 나타났던 영희,
심성이 곱고 주위 사람들이 그렇게 예쁘다던 영희가
자신의 아내가 된 것이
그의 구원이 된 것 같았다.
그의 자부심이 되어 주었었다.
그러나 괴물 같은 외모를 가졌다는 소리를 친구로부터 들었을 때,
주위 사람들이 영희가 절세미인이라고 말하며 자신을 속였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또다시 조롱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
이제 평생을 그에 벗어날 수 없으매 고통스러워할 때,
영희가 사장에게 대들며
그를 더욱더 난처하게 만들었을 때,
그는 영희에 굴절 분노를 표출하며 영희를 죽음에 이르게 하여지고야 말았다.
그리고
지신의 불륜 사실을 아내에게 말했다는 이유로 인해
아버지에게 맞았던 영희,
오히려 가족들에 비난받았던 영희,
자신의 직장 동료가 받은 범죄 피해를
세상에 알리고자 했지만
그 동료에게까지 뺨까지 맞게 된 영희,
사장에게 고용된 조직폭력배들에
폭행을 당하고,
남편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 영희는,
그(남편)가 영희를 존중했기 때문에
다시 사장에게 저항할 용기를 얻었다고 했었다.
구원이 절망이 되는 역설이었다.
평소 친절하며 사람들을 잘 챙기는 모습을 보이나
성범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풍산피복 사장의 모습도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어 아내를 죽인 것을
여생을 무시당할 수밖에 없던
자신의 운명을 개척한 것이라 말하는 그를 보며,
그래도 모두 다 힘들었던 그 시기를 견디며
성공하지 않았냐고 피디에게 변명하는
그의 아들을 보며,
산업화 시기에 수많은 목숨을 갈아
그 큰 도약을 이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괴물이 되고
괴물로 만들던 시대임을 다시금 생각했다.
그에게 살인자라고 말했으나,
아버지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면
너는 기생충이라 했던 말에 흔들리며,
결국 아버지를 감싸는 모습을 보인
아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영희의 모습은 끝내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영희의 얼굴이 사진으로 비쳤다.
내 기준으로는 도저히
괴물이라 불릴만한 얼굴이 아니었는데,
이는 보는 이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음을
절대적으로 못생긴 얼굴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희의 사진을 보며 오열하는 아들이,
평생을 무시와 폭행 속에서 살며
타인을 위해 진실을 울부짖다
죽음까지 당한,
불쌍하고 착하고 정의로운,
젊은 나이에 죽임을 당한,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죽어간,
괴물이란 말과 달리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었던,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마지막 장면이,
전혀 괴물 같지 않았던 그녀의 모습이
영화가 끝나고서도 한참 동안 잊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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