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는 내가 공포나 호러 영화를 잘 못 봐서 잘 안 보는 장르였는데, 어쩌다가 사바하를 보게 되었고, 그 이후로 종종 오컬트 영화들이 개봉하면 보곤 했었다. 그 영화의 세계관이 나로서는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선과 악, 뱀의 상징, 선택된 사자들, 실종된 아이들, 불로장생의 꿈, 마지막 목사의 물음.
아무튼 사바하에서 해당 배우를 보았을 때 나는 내가 처음 보는 신인배우인 줄 알았다. 그러나 나는 이미 영화 동주에서 또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보았었다. 그런데 변명하는 게 아니라 솔직히 그럴만했다. 같은 사람이라고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없었을 정도로, 각각의 영화에서 다른 세상에서, 접점이 전혀 없어보이는 사람들로, 공통점이라고는 전혀 찾아보기 힘든 각개의 인물들로 나왔다.
이후 여러 매체들, 인터뷰 등를 통해서 보면서, 굉장히 진중한 사람일 것이라고만 추측하고 있었는데, 책을 보니 생각보다 재미있는 사람인 듯하다. 나는 사람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편인데, 어떤 사람이 쓴 글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책을 읽는다기 보다, 다른 사람의 일기, 인생을 훔쳐 본 느낌이었다. 재밌었다. 그 나이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생각들이 있는 것 같다. 신기했다. 그리고 약 10여 년부터 최근 몇 년 전까지의 이슈, 영화, 책 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반가웠다.
해당 배우가 만든 단편 영화도 본 적이 있는데, 그것도 꽤 흥미로웠다. 아이들의 반장선거를 주제로 한 작품이었는데, 남자/여자를 대표한 듯한 두 후보, 그 사이에 당선될 가망성 전혀 없어 보이는, 모든 친구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게 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지질한 후보 한 명이 나온다.
이 지질한 후보는 한 후보의 부정선거에 일조하며, 그들의 무리에 속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부정선거를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당선되었을 후보는 이 지질한 후보였다. 표면적으로는 지질한 후보를 제외한 강력한 두 후보 간의 접전으로 보였지만, 그 반 안에서는 이 지질한 후보와 같이 다른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은 아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부정 선거를 끝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는 정말로 반의 중심, 주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음에도, 자신을 위한 부정선거를 계획한 후보,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그와의 경쟁에 치열하게 임하며 낙선에 슬퍼한 또 다른 반장 후보, 그리고 친구를 얻고 싶었던, 자신도 주류 집단에 들고 싶었던, 자신과 비슷한 비주류 아이들의 희망이었으며, 자신에 기대를 건 그들을 배신했던 후보. 단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았다.
어쨌든.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원래 자기계발서와 같이 에세이도 좋아하지 않는데, 재밌었다.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어떠한 관점으로 세상과, 어떤 일을 바라보고 있는 건지도, 어떠한 삶을 사는 건지를, 읽는 것도 꽤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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